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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특별인터뷰 ‘생활치안 컨트롤타워’ 강황수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관리자 2020.06.29 23:46 조회 : 645
기사제목 :  특별인터뷰 ‘생활치안 컨트롤타워’ 강황수 경찰청 생활안전국장

기사출처 :  월간중앙 2020.05.26ㅣ최경호 기자 

 

 

"셉테드 효과 높이려면 지역사회 활동 법적 근거 필요"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제정에 총력


지역 구성원도 치안 문제 해결에 함께 힘 모아야 

 

 강황수 경찰수사연구원장이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임명된 건 지난해 12월. 승진(경무관→치안감)과 동시에 ‘생활치안 컨트롤타워’의 중책을 맡은 것이다. 강 국장은 1989년 경찰에 입직(入職)한 이후 오랫동안 수사 파트에 몸담았던 수사통이다. 부임 후 강 국장은 “범죄 발생 후 피의자 검거보다 중요한 것이 예방”이라며 “생활안전국장직(職)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각오를 다졌다.

경찰청 생활안전국은 지난 3월 범죄예방 환경설계, 즉 셉테드(CPTED) 정책 실행을 위한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 ▷전국 여성안심귀갓길 사업 ▷‘전문 범죄예방 진단 경찰관(CPO, Crime Prevention Officer)’ 역량 강화 및 사업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경찰청 생활안전국은 이 같은 활동의 근거 마련을 위한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제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법률안에는 ▷경찰·지자체·지역주민 모두 범죄예방 활동에 참여 ▷범죄예방 진단에 경찰력 지원 ▷셉테드 사업지 내 범죄예방 진단 결과에 따른 환경 개선 ▷우수한 범죄예방 시설 인증 제도 운용 등이 담겨 있다.

‘셉테드 전도사’를 자임하는 강황수 국장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셉테드가 지역 공동체에서 안정적으로 기능하려면 영국 등 주요 선진국과 같이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범죄예방 활동에 참여토록 하는 법적 근거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안전국장직을 맡은 지 반년 가까이 돼간다.

“지난해 12월 31일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으로 부임한 뒤 전국 각지를 다니며 생활안전 경찰관들을 만나봤다. 그들이 지역 치안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여성 등 사회적 약자의 안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국민의 생활치안을 책임지는 이 자리를 참으로 보람되고 감사하게 생각하며, 막중한 책임감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아침 부임 첫날의 각오를 되새기고 있다.”

경찰의 여러 업무 가운데 범죄예방이 날로 중요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1년 11개 범주로 구성된 ‘보다 나은 삶의 지수(BLI: Better Life Index)’를 발표했다. 그 가운데 ‘치안’이 독자적으로 한 개 범주에 속할 만큼 안전은 삶의 질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다. 범죄 피해는 회복이 어렵고, 사회적으로도 불안·두려움을 조장한다는 점에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우리나라는 5대 범죄 및 사회적 약자 보호 지표 등 객관적인 통계 지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국민은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경찰의 패러다임도 사후대응에서 사전대응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범죄뿐 아니라 그 두려움을 감소시키기 위해 범죄 취약요인을 사전에 예측·관리함으로써 범죄 기회를 미연에 차단하는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셉테드 사업 실시 후 범죄 발생 최대 54% 감소도 

 

 

 

범죄예방 환경설계, 즉 셉테드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셉테드란 무엇이며, 왜 필요한가?

“각종 범죄 장소를 분석해보면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범죄에 취약한 물리적 환경에서 범죄가 빈발하거나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낡은 건물과 방치된 공·폐가, 좁은 골목길, 부족한 방범시설 등은 범죄 문제가 심각한 지역에서 공통으로 확인할 수 있다. 셉테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수단 중 하나다. 즉, 범죄예방을 위한 도시 환경 디자인과 적절한 관리를 통해 범죄의 기회를 근본적으로 억제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에 대한 사람들의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전략이다.”

셉테드의 원리가 궁금하다.

“기본원리는 크게 세 가지인데 첫째, 자연적 감시(Natural Surveillance)다. 가시권을 최대화시킬 수 있도록 건물이나 시설물 등을 배치하는 것이다. 둘째, 접근 통제(Access Control)다. 사람들을 일정한 공간으로 유도함과 동시에 범죄 목표물에 대한 접근 제어 및 범죄 행동의 노출 위험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셋째, 영역성 강화(Territoriality)다. 이는 지역 주민이 자유롭게 사용하거나 점유함으로써 그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가상의 영역을 설정하는 것이다. 부가원리는 크게 둘로 나뉘는데 첫째, 활용성 증대(Activity Support)다.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환경 조성, 자연적 감시 활동을 강화하는 것이다. 둘째, 유지 및 관리(Maintenance & Management)인데 시설물을 깨끗하고 정상적으로 유지함으로써 범죄예방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셉테드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범죄예방 효과가 높다는 건 국내외 여러 사례로 충분히 입증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경찰청이 부천시에서 시행한 최초의 셉테드 사업에서 절도 38%, 강도 60%가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2019년 경찰청과 건축도시공간 연구소가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셉테드 사업이 실시된 서울시 5개 지역의 5대 범죄 발생이 최대 54%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어떤가?

“1980년대 후반 영국 런던의 에드먼턴, 햄리츠 타워, 해머스미스 세 지역에서 가로(街路) 조명을 평균 5럭스(lux) 이하에서 10럭스로 높이자 세 곳 모두에서 무질서와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감소하고, 보행자의 도로 사용률도 50% 이상 증가했다. 1970년대 초반 미국 코네티컷 주 하트 포트 시에 위치한 어사일럼 힐(Asylum Hill) 지역에서 범죄가 자주 발생하자 이 지역의 주거시설에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는 도로를 개선하고, 전반적 가로 정비를 시행한 결과 강도 범죄가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일본·호주 등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거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셉테드 사업을 진행하는 데 걸림돌을 들자면?

“셉테드가 지역 공동체에서 안정적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범죄예방 활동을 위한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범죄예방 관련 법령을 통해 각급 기관·시민단체·주민 등 지역 구성원이 협력하도록 함으로써 공동체가 주도적으로 지역사회 범죄예방 활동에 나서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건축법에 따른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에서 건축물의 범죄예방 설계 기준을 규정하고, 지방자치단체 조례에서 경찰·지자체 등 공공기관 간 협업을 규정하는 등 범죄예방 관련 제도가 마련돼 있다. 각 지자체는 이러한 제도를 근거로 범죄예방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지역 공동체의 참여는 아직 부족하고 국가의 지원 역시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동·여성 위한 범죄예방 인프라 구축 사업 추진

 

강황수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앞줄 가운데)이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 왕십리 본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경찰청)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역 구성원이 함께 치안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고, 국가 차원에서 범죄예방 활동을 국비로 보조하는 등 법적 조치를 통해 지역별 차등 없는 범죄예방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에 경찰청은 ‘범죄예방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이 법률은 경찰·지자체·주민의 범죄예방 책무를 규정하는 등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범죄예방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법안이다. 특히 지역별 범죄예방 활동에 예산을 보조하는 등 지역사회를 지원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법이 제정된다면 지역 공동체의 범죄예방 활동을 더욱 활발하게 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아동·여성에 대한 범죄예방에는 더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

아동·여성과 같은 사회적 약자는 상대적으로 범죄에 취약하다. 이에 경찰청은 아동·여성이 범죄로부터 안전할 수 있도록 아동안전지킴이, 여성 범죄예방 인프라 구축 사업, 여성 폭력 피해자 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아동과 여성의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동·여성을 위한 범죄예방 인프라 구축 사업도 진행하나?

“경찰청은 초등학교 주변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동 대상 범죄를 예방하고자 은퇴한 전문인력을 치안보조 인력으로 활용하는 아동안전지킴이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청은 여성의 안전을 제고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여성 범죄예방 인프라 구축 사업’이다. 여성범죄예방 인프라 구축 사업은 여성안심귀갓길 등 범죄 취약 지점의 시설을 개선해 여성이 범죄로부터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는 2000개가 넘는 전국의 여성안심귀갓길을 점검·개선할 예정이다.”

여성가족부와 협업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범죄에 좀 더 취약할 수 있는 1인 여성가구의 안전을 위해 여성가족부와 함께 여성친화도시(여성가족부에서 선정해 여성의 역량강화·돌봄 및 안전이 구현되도록 정책을 운용하는 지역으로 2020년 기준 전국 92개 지역) 내 1인 여성가구에 방범·방충망, 방범창살 등 방범시설을 지원하는 사업도 병행 추진할 방침이다.”

 

“다양한 공동체 하나될 때 환경 개선 효과 커져”


범죄예방 인프라 사업은 민간과의 협업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범죄예방 환경 개선에서 환경이란 물리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인식, 지역 공동체의 결속력 등 다양한 요인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범죄예방 환경을 효과적으로 개선하자면 경찰과 지자체가 물리적인 환경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반드시 지역 주민 등 공동체의 참여가 뒷받침돼야 한다. 경찰청은 공동체의 참여를 촉구하고 모범 사례를 공유하기 위해 매년 ‘대한민국 범죄예방대상’을 선정하고 있으며, 범죄예방 환경 개선에 참여해 지역 범죄예방에 공헌한 지자체·기업·민간단체를 포상하고 있다. 범죄예방 환경 개선은 다양한 공동체가 하나돼 추진할 때 진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만큼 많은 참여를 당부한다.”

경찰은 지역사회 공동체 치안의 가치를 어떻게 구현하고 있나?

“종전까지는 경찰이 주도하는 치안정책에 주민이 참여하는 형태였다면 공동체 치안은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치안에 대한 의무를 갖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 정책인 ‘지역공동체치안협의체’는 지역 치안 현안에 대해 경찰과 지역 주민, 관계기관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문제를 해결하고, 종합적·입체적인 치안 대책을 추진함으로써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기구다. 이 협의체에서는 2019년 한 해 동안 지역 내 빈발 범죄 근절, 사회적 약자보호 등 다양한 치안 문제를 총 5813건 논의하고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또한 경찰은 범죄예방 활동에 공동체의 참여를 활성화하고자 자율방범대 등 우수한 방범 협력단체에 매년 안전장비와 방한용품을 지원하고 있으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범죄예방 교육을 시행하는시민 경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치안은 어느 수준에 와 있나?

“우리의 치안 수준은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서울시에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만족도 1위가 치안이었다. 또한 최근 5년간 총 범죄 및 주요 4대 범죄(살인·강도·절도·폭력) 발생률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며, 여성들의 범죄에 대한 두려움도 지난 6년간 꾸준히 개선됐다. 이러한 객관적인 지표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높다 보니, 상대적으로 경찰 신뢰도나 만족도는 가끔 낮게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경찰은 범죄예방과 질서유지 등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도 꾸준한 체질 개선과 정보 개방, 소통을 통해 국민과의 거리를 줄여나가며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생활치안의 컨트롤타워로서 각오가 있다면?

“생활안전 분야는 국민의 삶과 매우 밀접하다. 전국 6만여 생활안전 경찰관이 원팀으로 24시간, 365일 탄탄한 팀워크를 발휘해 우리 국민의 생활안전을 지키고 있다. 생활안전국장으로서 때로는 앞에서 끌어가고 때로는 뒤에서 밀어주며 우리 국민이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http://jmagazine.joins.com/monthly/view/33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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